autoportrait 자화상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 0

autoportrait, acrylic on papaer (march or april 2012~not finished)
자화상, 종이에 아크릴 물감 (2012 아마도 3-4월경의 어느날 시작, 아직 안끝남)



  삼 년 전쯤인가 자화상이라며 데상으로 그렸던걸 지난 봄쯤에 조금 크게 그려서 물감칠을 해뒀었다. 배경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해야지..하고 내버려뒀던거. 결국 아직도 그냥 한구석에 버려져있다. 타지에 혼자 뚝 떨어져 외국인으로 살아가다보니 내 처지가 이렇게 느껴질때가 있다. 항상 불안정한 상태로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느낌. 의지할 부모님과 어떤 얘기이든 들어주던 오래된 친구들이 옆에 없어서인지 밖에서 받는 모든 영향은 혼자서 모두 소화한다. 한국에 있었다면 친구와 술한잔 마시며 지나칠 법한 안좋은 기억들도 여러번 곱씹어 소화하려 노력한다. 지금 이 힘든 시간들 하나하나가 거름으로 쓰여 후일에 자양분으로 쓰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때가 있다. 그럴땐 역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책과 좋아하는 작가의 작업을 보는 게 최고.


오늘은 웹에서 발견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명언들과 얼마전 읽었던 조정옥씨의 '나무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의 한 구절 '고독하라'가 내게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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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목표도, 어떤 체계도, 어떤 경향도 추구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강령도, 어떤 양식도, 어떤 방향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일관성이 없고, 충성심도 없고, 수동적이다.
나는 무규정적인 것을, 무제약적인 것을 좋아한다.
나는 끝없는 불확실성을 좋아한다.”

 “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믿음을 가져야 하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내적으로 몰입해야 합니다. 그것에 한번 사로잡히면, 당신은 결국 회화를 통해 인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어느 정도 믿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열정이 없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그냥 포기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죠. 왜냐하면 회화는 철저하게 바보 같은 짓이니까요.”
-게르하르트 리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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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고독하라.

  그대 집 한 채, 나무 한 그루, 그 어떤 생명의 흔적도 없는 어떤 낯선
별에서 홀로 사흘 밤낮을 헤매다가, 보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한 남자를
만났다면 아마도 그대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이 그를 필사적으로 부둥켜안을
것이다.

  발 시린 늦가을 고독이 마구 밀려오면 그대는 길 위에서 만난 그 누구와도
차 한잔을 나누고 그대 깊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대화를 하고 싶어질 것이다.

  문 바깥 층계를 오르내리는 낯선 이의 발자국 소리에 그대 영혼은 반가움과
환희로 가득 차 전율하게 되고 문을 열고 뛰쳐나가 그의 뒤를 슬그머니 밟고
싶어질 것이다.

  고독은 호두알같이 단단한 그대 영혼을 열리게 하고 무표정 한 그대 얼굴에
웃음을 헤프게 한다. 그대는 잘 발효된 포도주처럼 거친 맛이 제거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담게 된다.

  고독, 얕은 고독이 아니라 가슴에 사무치는 고독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준다.
고독하라.
  고독의 품에 그대를 맘껏 내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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